매년 연말이면 증권사 리포트가 쏟아집니다. “내년 코스피 3,000 간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온다”. 저는 그 말들을 성경처럼 믿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고, 금리가 요동치자 그 많던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며 말을 바꿉니다. 내 계좌는 박살 났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그때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를 만났습니다. 그는 제게 말합니다. “미래를 알려고 하지 마라. 대신 지구가 멸망해도 살아남을 시스템을 짜라.” 오늘은 예측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던 제가 ‘안티프래질(Antifragile)’한 투자자로 거듭나기 위한 공부 기록입니다.

1. 블랙 스완(Black Swan): 칠면조의 오류
과거 서구권 사람들은 백조(Swan)는 모두 희다고 믿었습니다. 검은 백조가 발견되기 전까지는요. 호주에서 검은 백조가 처음 발견되자, 수천 년간 이어져 온 믿음은 단 한 마리의 새 때문에 산산조각 났습니다.

탈레브는 이를 주식 시장에 적용하여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한 번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을 블랙 스완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는 ‘칠면조의 우화’를 들어 설명합니다. 어느 칠면조가 있습니다. 주인은 매일 맛있는 먹이를 주고 정성껏 보살핍니다. 칠면조는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주인이 나를 사랑하는군. 내 삶은 날마다 좋아지고 있어(우상향).” 신뢰 수준은 날이 갈수록 높아집니다. 하지만 1,000일째 되는 날, 즉 추수감사절이 오면 칠면조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한 ‘블랙 스완’이 닥칩니다.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제까지 시장이 좋았다고 해서 내일도 좋을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과거의 데이터로 미래를 확신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아야 합니다.
💡 [나의 반성] 제 계좌가 딱 칠면조였습니다. 상승장(먹이)이 계속되자 “나는 투자의 신이야”라고 착각했습니다. 과거 데이터가 미래를 보장해 줄 거라 믿었죠. 하지만 하락장(추수감사절)은 예고 없이 찾아왔고, 저는 대비 없이 살만 찌우고 있다가 한순간에 모든 걸 잃었습니다. “어제까지 괜찮았으니 내일도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이 가장 큰 리스크였습니다.
2. 안티프래질(Antifragile): 충격을 받으면 더 강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단순히 튼튼한 방패를 만들면 될까요? 탈레브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넘어선 새로운 개념, 안티프래질(Antifragile)을 제시합니다.
- Fragile (깨지기 쉬움): 유리잔처럼 충격을 받으면 깨지는 상태.
- Robust (강건함): 바위처럼 충격을 받아도 변하지 않는 상태.
- Antifragile (반-취약성): 충격을 받으면 오히려 더 강해지는 상태.
예를 들어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지지만(Fragile), 모닥불은 바람이 불면 더 거세게 타오릅니다(Antifragile). 우리의 투자 포트폴리오도 모닥불이 되어야 합니다. 시장이 평온할 때도 괜찮지만, 폭락장이 왔을 때 오히려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나의 적용점] 제 포트폴리오는 ‘유리잔’이었습니다. 조금만 악재가 터져도 와르르 무너졌으니까요. 이제는 ‘모닥불’ 같은 포트폴리오를 만들려 합니다. 바람(위기)이 불면 꺼지는 촛불이 아니라, 바람을 타고 더 거세게 타오르는 모닥불처럼, 하락장이 오면 오히려 싼값에 주식을 주워 담아 더 강해지는 현금 흐름을 만들겠습니다.
3. 나심 탈레브의 실전 투자법: 바벨 전략 (Barbell Strategy)
탈레브가 제안하는 안티프래질한 투자 방법은 바로 ‘바벨 전략’입니다. 역기(바벨)처럼 중간은 비우고 양쪽 끝에만 자산을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중위험 중수익’을 선호합니다. 적당한 우량주, 적당한 회사채 등에 자산을 넣습니다. 하지만 탈레브는 이 ‘중간’이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평소에는 안전해 보이지만, 블랙 스완이 닥치면 와르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는 이렇게 제안합니다.
- 자산의 90%: 극도로 안전한 자산에 투자합니다. (예: 현금, 국채) – 절대 망하지 않음.
- 자산의 10%: 극도로 위험하지만 수익 가능성이 무한한 자산에 투자합니다. (예: 벤처 투자, 스타트업, 투기 등급 옵션 등) – 터지면 대박, 망해도 10% 손실.
이렇게 하면 시장이 폭락해도 90%의 자산은 안전합니다. 반대로 시장이 급등하거나 예상치 못한 대박이 터지면 10%의 자산에서 수십, 수백 배의 수익이 발생해 전체 자산을 불려줍니다. 이것이 바로 하락장은 막혀있고 상승장은 열려있는 구조입니다.
💡 [현실적인 다짐] 저는 그동안 겁이 나서 이도 저도 아닌 ‘중간’에만 투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장이 좋을 땐 소외되고, 안 좋을 땐 같이 맞았습니다. 당장 90:10 비율을 맞추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제 자산의 절반 이상은 ‘현금(절대 방어)’으로 두고, 나머지는 확실한 성장주(공격)에 태우는 ‘극단적 분산’을 시도해 보려 합니다.
4. 예측가의 말을 믿지 마라 (Skin in the Game)
탈레브는 TV에 나와 떠드는 경제 전문가들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예측이 틀려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를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이 없다고 표현합니다. 자신의 살(Skin)을 걸지 않은 사람의 말은 들을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투자를 할 때는 “앞으로 삼성전자가 오를까요?”라고 묻지 말고, “그래서 당신 계좌에는 삼성전자가 얼마나 있습니까?”라고 물어야 합니다. 직접 리스크를 짊어지고 투자하는 실전 투자자의 행동만을 신뢰하십시오.
마치며: 당신은 칠면조가 되지 않을 준비가 되었는가?
우리는 본능적으로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안정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안전해 보이는 곳에만 머물다 보면, 추수감사절을 맞이한 칠면조처럼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습니다.
나심 탈레브의 철학은 명확합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할 것처럼 대비하고(현금 확보), 내일 세상이 바뀔 것처럼 베팅하라(공격적 투자).”
어슬픈 예측 대신 내일 당장 시장이 반 토막 나도 내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현금을 확보하고, 동시에 시장이 급등할 때 소외되지 않도록 투자를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나심 탈레브가 알려준,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생존법일 것입니다.
[면책 조항] 이 글은 투자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며, 나심 탈레브의 저서와 철학을 바탕으로 작성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모든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